대성당 종소리 들으며…중세시대로 시간여행

입력 2015-05-14 18:23  

이탈리아의 '숨은 보석' 베르가모



알프스 산맥 기슭에 자리한 아름다운 중세마을 베르가모(Bergamo).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州)에 속한 중소도시로 밀라노, 브레시아, 몬차에 이어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중세의 모습이 완벽에 가깝게 보존된 것이 가장 큰 특징. 아직은 해외 여행객에게 낯선 덕분인지 거리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사람들도 느긋하고 친절하다. 여느 이탈리아 관광지와 달리 소매치기나 바가지 요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케이블카 ‘푸니콜라레’ 타면 중세시대로

베르가모 기차역에서 나오면 정면에 있는 신시가지 치타 바싸(Citta bassa). 이탈리아어로 낮은 도시라는 뜻이다. 이곳에서부터 베르가모 여행이 시작된다. 쭉 뻗은 대로를 따라 약 2㎞를 가면 케이블카인 푸니콜라레를 타는 정류장이 나온다. 앙증맞은 크기의 빨간색 푸니콜라레를 타면 언덕 위에 자리한 옛 시가지 치타 알타에 이른다. 이탈리아에서도 중세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적인 유적지다. 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푸니콜라레를 타야 제맛이?

케이블카에서 내려 언덕길을 조금 오르니 치타 알타 여행의 시작점인 베키아 광장이 나왔다. 광장 뒤쪽으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라조네 궁, 시민의 탑 등 중세시대 건축물의 위용이 대단하다.

베르가모의 역사는 기원전 로마 제국의 도시 베르고뭄에서 시작됐다. 중세시대에는 롬바르디아 공국의 중심 도시가 될 정도로 번성했으나 1428년부터 1797년까지 베네치아 공국이 점령했다. 마침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주요 장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도시를 둘러싼 성곽은 16세기 말 베네치아 공국의 영토였을 때 세워진 것입니다. 광장 중앙에 있는 콘타리니 분수는 베네치아에서 파견됐던 행정관 콘타리니가 1780년 시민들에게 헌정한 것이고요.”

낮 12시가 되자 12세기 중반에 지어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 웅장하게 종을 울리기 시작한다. 주변의 성과 예배당들도 그 소리를 주고받듯 차례차례 종을 울린다. 높고 낮은 종소리들이 어울려 연주를 이루자 광장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골목마다 특색 있는 박물관 많아

종탑들의 연주를 뒤로하고 골목으로 들어섰다. 베르가모에는 골목마다 특색 있는 박물관이 많다. 베르가모 역사박물관에서는 베네치아에서 제작된 지도를 포함해 16세기 초의 유물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매머드 표본이 반겨주는 자연사박물관에는 방대한 동물들의 표본이 還천?있다.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황금기를 이끈 작곡가 도니체티의 생가도 이곳에 있다. 1797년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의 오르간 연주자에게 연주를 배우기 시작해 나중에 볼로냐로 옮겨가 음악을 공부했다.

치타 알타 정상의 옛 성터인 산 비질리오는 베르가모 여행의 필수 코스다. 중턱에 자리한 정류장에서 푸니콜라레를 타고 싶었지만, 성수기인 여름을 제외하면 오후 3시에 운행을 마친다는 안내문을 보고 대신 버스에 올랐다. 운전기사는 푸니콜라레를 못 탄 것을 보상하듯 빠르게 산길을 올랐다. 가파른 비탈길을 달리는 것이 재미있는지 승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롤러코스터 같은 전율을 맛본 뒤 도착한 산 비질리오는 한적하고 고요했다. 알프스의 산세를 따라 고풍스러운 집들이 자리하고, 그 아래로 치타 알타의 전경이 펼쳐진다. 산비탈에 걸친 듯 자리한 카페로 향했다. 작고 낡았지만 테라스에 앉으니 산 아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일품이다.

낮은 언덕과 산으로 둘러싸인 베르가모의 매력이 십분 전달되면서 입가에 편안한 미소가 절로 번진다. 다른 이탈리아의 관광지라면 전망을 핑계삼아 비싼 차값을 요구했을 터. 하지만 이곳 주인은 손수 만든 메뉴판에 정겨운 필체로 적당한 가격을 써 놓았다. 주문한 차를 내주고는 놀러온 이웃 주민과 정겹게 담소하는 모습에서 동네 카페 같은 느낌마저 든다. 여유를 가득 담은 차를 마시며 잠시 상념에 젖었다. 때 묻지 않은 이 도시가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오래도록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베르가모 여행정보

밀라노에서 북동쪽으로 45㎞, 기차로 한 시간이면 베르가모의 순수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베르가모 중앙역에서 도보나 버스로 푸니콜라레 정류장으로 가 푸니콜라레를 타면 치타 알타에 닿는다. 돌아올 땐 치타 알타 중턱의 정류장 콜레 아페르토에 가면 된다. 중앙역과 공항까지 가는 여러 노선의 버스가 모여 있어 편리하다. 24시간짜리 베르가모 패스를 사면 버스와 푸니콜라레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각종 박물관에서 무료 입장이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패스 구입은 베르가모 관광안내소(turismo.bergamo.it)에서 하면 된다.

베르가모(이탈리아)=글·사진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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